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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호스트’로 나선 제1서기


2019-07-08      

‘구름 위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산속 풍경 

 

올해 34세의 장페이(張飛) 씨는 쓰촨(四川)성 아바(阿壩)주 샤오진(小金)현 메이싱(美興)진 간자거우(甘家溝)촌의 빈곤퇴치 담당 제1서기이다. 작년 7월 그가 ‘구름에 둘러싸인 산’을 배경으로 찍은 가족과의 식사 영상이 인터넷에서 수천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그는 순식간에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가족과 집밖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찍었어요. 멀리 운무가 가득한 푸른 산과 밭을 배경으로 김이 펄펄 나는 음식이 올려진 사진이었죠. 신선이 된 듯 유유자적한 풍경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나 봅니다.” 영상 길이는 10초에 불과했지만 장 서기는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서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과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를 발견했다.

 

2016년 11월 장 서기가 첫 클립영상을 업로드한 이후 그간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수입이 껑충 뛰었다. “2018년 말 주민들을 대신해 소시지와 훈제육 30만 위안(약 5100만원) 어치를 팔았어요. 2019년 여름에는 송이버섯도 30만 위안 어치 팔았고요.” 장 서기는 ‘인터넷 경제’로 산간지역 주민들의 소득 창출 기회가 확대되고 오랫동안 닫혀 있던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의 문도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안에서 바깥으로, 생각에서 행동으로 이어진 변화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말 중국 각급 정부와 마을 상주 전담팀의 노력으로 간자거우촌의 26개 빈곤가구에 속한 109명의 주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장 서기는 빈곤에서 벗어난 주민들의 생활 유지를 위해 매일같이 지역사회 발전 계획을 고심 중이다.

 

근래에는 ‘관광, 산업, 문화콘텐츠와 관광의 융합, 산업 연동’을 키워드로 한 발전 계획을 마련 중이다. “기존 조건 하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먼저 사람을 움직여야 하고, 산업과 관광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장 서기의 생각이다.

 

 장 서기와 그의 가족이 '구름 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군인에서 제1서기까지

안후이(安徽)성 출신인 그는 쓰촨성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다 전역 후 2010년 샤오진현 문화관광국에 입국해 2016년 7월 간자거우촌 제1서기로 부임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간자거우촌은 평균 해발 3300미터에 위치해 있다. 열악한 자연환경과 불편한 교통 여건 탓에 극빈층이 많다. 그는 “주민들의 교육 수준이 낮고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층이 대부분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폐쇄적이고 뒤떨어진 면이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젊은이들은 배움이 적다 보니 대도시에서 일을 하기 어려워 샤오진현 시내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임시직으로 일한다.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은 집에서 농사를 짓거나 축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을 방문 조사를 통해 토종닭과 훈제육 등 농특산물을 수입원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첩첩산중을 벗어날 교통과 물류 인프라가 문제였다. 일단 친환경 무공해 농특산물의 품질 인증을 받기가 어려웠고, 어찌어찌 소비자에게 배송이 된다 해도 중간 운송비가 너무 높아 크게 남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간자거우촌에서 샤오진현 현도(縣都, 읍)까지는 10km의 산길이 가로막고 있었다. 2016년 샤오진현에서 전자상거래가 시작될 때도 중간 경유 도시인 청두(成都)까지 500km나 떨어져 있어 때문에 택배도 이틀에 한번씩 겨우 배송되는 상황이었다. “농가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훈제육 2.5kg가 300위안인데 청두로 실어나르는 비용만 100위안입니다. 운송비가 비싸니 상품 자체의 가치도 떨어진 셈이죠.” 어려운 숙제를 안은 장 서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막막했다.

 

농특산물 판매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동생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해 11월, 장 서기는 난생 처음으로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한 상품 마케팅에 나섰다. “오로지 농특산물을 팔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산간 지대의 풍경과 주민들의 생활상, 제가 하는 빈곤퇴치 사업을 주요 콘텐츠로 삼았죠.” 그는 자신의 시도가 마을 전체 모습을 바꿔 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장 서기가 마쭈자이에서 양돈 사업을 하며 판매하는 소시지와 훈제육은 라이브 방송 인기 상품이다. 

 

마을에 쏟아진 관심

“가난한 주민들의 삶을 본 온라인 시청자들이 라이브 방송 중 자발적으로 물품을 기증하거나 성금을 보내는 등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을과 진과 불현듯 라이브 방송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 서기는 마을과 진과 논의한 끝에 2017년 마을 소득증대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과 친환경 닭 사업을 벌이고 온라인 판매를 하기로 했다.

 

마을 부지에 양계장이 조성됐고 병아리도 무럭무럭 자랐지만 장 서기는 다시 한번 벽에 부딪혔다. “2017년 전국에 닭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우리 양계장은 검역을 철저히 한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들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00마리나 되는 닭이 재고로 남았고 온라인 판매 방식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매일같이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괴로운 나날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장 서기가 산을 내려가던 중 무심코 찍은 싼와(三娃)라는 이름의 목동 영상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된 것이다. “그날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채널 구독자도 수백 명에서 단숨에 2만명을 넘어섰다. 재고로 남았던 친환경 닭도 순식간에 완판됐다. 구독자들의 ‘통 큰 인심’에 장 서기의 자신감도 되살아났다.  

 

2018년, 정부의 빈곤퇴치 정책과 대형 물류기업의 협조로 신속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샤오진현은 더 큰 시장을 확보하게 됐다. “물류 배송이 빨라지고 난 뒤 훈제육은 이제 한 달이면 매진이 됩니다.”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장 서기의 모습 

 

2018년 말 장 서기는 빈곤퇴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샤오진현 시내에서 구이요리집을 운영하던 아내를 간자거우촌 맞은편에 있는 마쭈자이(麻足寨)로 옮겨오게 했다. 산속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두 딸이 학교를 갈 나이가 돼서 어머니가 시내에 있는 집에 딸들과 함께 머물고, 주말마다 산속 보금자리로 찾아와 가족이 상봉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마쭈자이에서 모이니 마음이 더없이 편안했다.

 

‘구름 위 식사’ 영상의 조회수는 매일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에 달한다. 장 서기의 라이브 방송 마케팅 능력도 빛을 발했다. 지금은 이웃 주민들도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주말이 되면 직접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해 소박한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장 서기의 영상에 등장한 싼와 씨는 올해 26세로, 본인은 물론 엄마와 누나가 모두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 간자거우촌의 행정명부에 빈곤가구로 등록이 되어 있고 수입은 싼와 씨가 모는 몇 마리의 소에서 나오는 것이 전부다. 영상클립으로 인터넷에 싼와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들이 그에게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싼와 씨가 노래를 좋아하고 MP3를 갖는 것이 소원이라는 얘기를 들은 한 네티즌은 스마트폰을 선물하기도 했다. “싼와 씨는 오랫동안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라 말수가 적고 남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꺼렸습니다. 그러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제가 싼와 씨를 시내에 데려가 맛있는 것도 먹고 청두 같은 대도시도 구경시켜 주면서 물건 사는 법,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법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삶을 체험하게 했죠.” 장 서기의 노력으로 싼와 씨는 전보다 말수도 늘고 밝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도 알게 됐다.

 

장 서기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봄에는 동충하초·야생 곰보버섯, 여름에는 송이버섯·체리, 가을에는 사과·배, 겨울에는 소시지와 훈제육 등 샤오진현의 농산품들이 전국으로 팔려나가면서 주민들의 삶도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 서기는 자신이 제1서기로서 주민들의 빈곤퇴치에 ‘라스트 킬로미터(最後一公里, 마지막 단계)’ 역할을 할 뿐이라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장 서기 가족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자 ‘구름에 싸인 집’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온라인 스트리머들의 ‘성지’가 되다

“5·1 노동절(근로자의 날) 연휴 기간 ‘구름에 싸인 집’을 예약한 손님이 50명을 넘었습니다. 구름 위에서 식사하는 기분을 직접 느껴 보고 싶다는 네티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장 서기의 말처럼 이곳은 이미 온라인 왕훙(網紅)들의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영상으로만 접한 마을을 직접 찾아와 체험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고민거리도 생겼다. “2008년 원촨(汶川) 대지진 당시 산에 살던 주민들이 대부분 산 아래로 내려왔어요. 지금 산속에는 저희를 포함해 세 가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한 가구는 타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가구는 두 곳뿐입니다.” 점점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숙식 문제 해결이 장 서기와 현지 정부의 눈앞에 놓인 최대 과제가 됐다.

 

장 서기는 “관광객들이 마쭈자이를 찾아오게 된 데는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며 지금은 단순한 접대밖에 할 수 없지만 관광객들의 휴양관광 체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설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에 버려진 집들을 리모델링해 ‘별이 쏟아지는 집’과 ‘산속 휴양리조트’로 단장하라는 제안이 많습니다. 산기슭에 와인 창고를 만들고 산 관광 산업을 발전시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앞으로 마을 진흥 계획을 통해 이뤄가야 할 꿈입니다.” 그는 올 연말이면 제1서기 직책을 내려놓게 되지만, 이곳을 떠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여기에 집이 있으니 소속감도 들고 일할 때도 마음이 편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마을 발전을 위해 제 소임을 다할 생각입니다.”

 

장 서기는 몇 년간 영상 클립과 라이브 방송, 전자상거래로 주민들의 소득이 개선되는 것을 보면서 인터넷 경제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빈곤가구의 삶을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시야와 생각도 크게 넓혀 주었다. “그간의 빈곤퇴치 업무 성과 가운데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장 서기의 영상 채널 구독자 수는 3년 만에 80만명을 넘어섰다. “얼마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께서 산시(陝西)성 시찰 중에도 말씀하셨듯이, 라이브 방송 마케팅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새롭게 등장한 산업입니다. 특히 마을의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주민들의 빈곤퇴치를 도우면서 마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 앞으로의 발전에 기대가 크다는 말씀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간자거우촌에서 샤오진현 현도까지는 10km의 산길이 가로막고 있었다.

글|마리(馬力)    사진|장페이(張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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