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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et2019-11-02      글|왕저(wangzhe)

부퉈현 우이(乌依)향에 위치한 아부뤄하(阿布洛哈)촌은 깊은 산속 마을로 중국에서 가장 늦게 도로가 개통된 구획촌이다. 6월 30일, 빈곤가정 29개를 포함한 33개 가정 모두 새 집으로 이주를 완료하였다. 사진/ 왕저

쓰촨(四川)성 량(涼)산 이(彜)족 자치주 부퉈(布拖)현에서 출발해 산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타고 크고 작은 고갯길에 난 100개에 가까운 급커브를 돌아가면 왼쪽은 바위산이고, 오른쪽은 낭떠러지다. 게다가 연일 내린 비로 산이 무너져 생긴 웅덩이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4시간이 넘는 산길 끝에는 중국의 마지막 마을 도로가 뚫린 구획촌(建制村, 성·시급 국가기관의 승인을 받아 건설된 촌)인 아부뤄하(阿布洛哈)촌이 있다.
 
아부뤄하는 이족 말로 ‘인적이 드문 곳’이라는 뜻으로 이곳 어른 중에는 평생 마을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마을은 3면이 산에 둘러싸여 있고, 한 면은 벼랑이며 부퉈현에서 60km 떨어진 진사(金沙)강 시시허(西溪河) 협곡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마을의 서기 지례쯔르(吉列子日)를 만났다.
 
햇볕에 피부가 검게 탄 지례쯔르는 칼라가 없는 티셔츠를 입고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올해 25살인 그는 벌써 4년째 아부뤄하촌 당지부 서기를 맡고 있다.
 
지례쯔르가 아부뤄하촌과 강을 사이로 마주한 윈난성 자오퉁시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 왕저

객지 생활을 접고 ‘깊은 산’으로 돌아오다
지례쯔르는 1995년 궈칭제(國慶節, 중국 건국기념일로 매년 10월 1일)에 태어나서 ‘리궈칭(李國慶)’이라고도 불린다. 어릴 적 마을에 초등학교가 없어 지례쯔르는 강 건너편에 있는 진양(金陽)현 산장(山江)향 중심학교로 통학하는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가려면 산길을 걷고 삭도로 강을 건너야 해 왕복 10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 졸업시험을 앞두고 하루 전날 학교에 가서 시험 준비를 해야 했는데 큰 비가 내려 마음이 정말 다급했다. 시험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시험 당일 새벽 2시쯤에 집을 나서 위험을 무릅쓰고 산길을 걸어 아침 8시 30분에 시험장에 도착해 9시부터 시작하는 시험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일이 아직도 꿈에 나타난다.” 어린 시절 경험을 말하는 지례쯔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전문대학 졸업 후 지례쯔르는 빈곤지역을 대상으로 자선사업을 하는 회사에 입사했다.안정적이고 급여도 만족스러웠으며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2년 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아부뤄하촌으로 돌아왔다. 당시 촌 지부 서기 임기가 만료돼 교체해야 했고, 촌 지부 서기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지례쯔르는 마을의 유일한 후보가 됐다. 어릴 때부터 바깥 세계를 동경해 멀리 나가고 싶어했던 아이가 결국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으로 돌아왔다.
 
2017년 3월, 22세의 지례쯔르가 아부뤄하촌의 두 번째 촌 지부 서기가 됐다. 당시 그는 현에서 최연소 촌 지부 서기였다.
 
6월 30일, ‘쓰촨 향촌 여객운수’ 소형버스가 아부뤄하촌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XINHUA

빈곤 탈출은 도로 건설부터 시작된다
촌 지부 서기가 된 지례쯔르는 제일 먼저 마을에 도로를 건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아부뤄하촌으로 통하는 길은 딱 두 개였다. 하나는 수직 낙차가 2000m에 가까운 낭떠러지를 넘어야 하고 5시간이 걸리는 구불구불한 산길이었다. 마을에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 또 40분을 걸어야 우이(烏依)향 향 정부 소재지에 도착했다. 다른 하나는 계곡 아래까지 걸어가 강에서 삭도를 타고 시시허 맞은편에 있는 진양(金陽)현으로 가는 길로, 이 또한 5시간이 걸렸다. 마을의 농경 물자와 생활용품 심지어 학생들의 교과서와 교구도 사람이 업고 말에 실어 운반해야 했다. 엄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마을은 오랫동안 극빈 상태에 처해 있었다. 이곳은 마치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처럼 흙집과 가건물, 옷이 몸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노인과 맨발에 엉덩이를 까고 다니는 아이들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일부 빈곤지역은 삭도를 개선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빈곤 탈출의 대문이 열린다.” 빈곤 탈출을 논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아마도, 지례쯔르보다 이 말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부뤄하촌에 도로를 개통하기 위해 각 부처가 많은 노력을 했다. 2019년 6월 아부뤄하의 도로 건설이 공식 착공했다. 3.8km 길이의 마을 관통 도로는 전 노선이 고산 협곡 지대에 위치하고 지질 구조가 복잡해 시공에 어려움이 매우 많았다. 마지막 구간을 놓고 시공사인 쓰촨루차오(四川路橋)그룹은 절벽을 파서 만드는 절벽도로를 고려했지만 공정의 난이도와 위험성이 높아 포기했다. 최종적으로 시공사는 ‘터널 아스팔트 도로+공중 케이블카’ 방안을 채택했다. 건축 자재를 운반하기 위해 먼저 공중 케이블카를 설치했고 심지어 ‘초대형’ Mi-26 헬리콥터를 동원해 부퉈현에서 절벽 근처로 건설 장비를 운반해 와서 산 3개를 잇는 터널을 뚫었다. “헬기로 굴착기가 운반됐을 때 위챗(微信) 프로필 사진을 비행기로 바꾼 주민이 많았다.” 지례쯔르는 웃으면서 “마을 사람 전체가 이족의 전통 춤인 다티우(達體舞)를 추면서 역사적인 날을 경축했다.”고 회고했다.
 
2020년 6월 30일 대외 통로가 공식 개통했다. 마을에 새로 설치된 ‘버스 정류장’과 노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차량에 ‘쓰촨 향촌 여객운수’라고 써 있는 소형버스가 눈길을 끌었다. 아부뤄하촌 도로가 완공되면서 쓰촨은 조건을 갖춘 향진과 구획촌 버스 운행율 100%를 달성했다. 이 밖에 오토바이와 승용차 면허증을 취득하는 주민이 늘었다. “우리집은 조상 대대로 이 산을 나가본 적이 없다. 이제 대도시에 나가 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67세의 디주얼써(地久爾色)는 감격스러운 듯 “최근 두 달 새 반평생 마을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주민들이 퉈줴(拖覺)진, 부퉈현, 시창(西昌)시에 다녀왔고 더 먼 곳에 다녀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마을의 아이가 벌집에서 채취한 따끈한 꿀섶을 신나게 먹고 있다. 사진/ 왕저
 
허름한 흙집에서 2층 ‘빌라’로 이사
오후, 구름이 걷히고 비가 멈추자 뜨거운 햇살이 아부쩌루(阿布澤魯)산 남쪽을 비춰 아부뤄하촌이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졌다. 마을 주민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올해 23살인 아다머유짜(阿達麽友雜)가 운영하는 마을 최초의 매점에 들러 생활용품을 샀다. 이제 마을 주민들은 예전처럼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쌓아두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모바일 지불방식으로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
 
도로 개통 전에는 마을까지 건축 자재를 운반할 수 없어 주민들은 허름한 초가집과 흙집에서 살았다. 2019년 말 마을을 통하는 아스팔트 도로건설의 주요 공정이 끝나자 건축 자재를 들여올 수 있게 됐다. 도로 건설을 맡은 쓰촨루차오그룹이 안전가옥 건설을 담당했다. 2020년 6월 30일 29개 빈곤가구를 포함한 33가구가 새집으로 이사해 2층으로 된 새집에서 살게 됐다.
 
마을에 들어가면 하얀 벽에 푸른 지붕, 경량 철골 구조로 된 2층 ‘빌라’가 산기슭을 따라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모든 집에 태양열 온수기가 설치돼 있다. “마을에 평지가 적어 안전가옥을 기존 집터에 지었다. 기존의 흙집을 철거해 주민들은 임시로 마련한 텐트에서 생활했다. 한편으로는 터널을 파고, 한편으로는 새집을 짓느라 날마다 새벽 2-3시까지 일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지례쯔르는 이렇게 말했다.
 
“1층에는 거실과 부모님 침실, 주방과 화장실이 있고 2층에는 우리 사형제의 침실이 있다.”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시에서 일했던 올해 21살의 체사스간(且沙史幹)은 정부가 침대와 소파, 텔레비전, 세탁기 등을 구입하는 것을 도와줬다며 특히 태양열 온수기를 무료로 설치해주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수도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나온다. 예전에는 꿈에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지, 객지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에 식당을 차려 바닷가에서 배워온 실력을 발휘해 고향 사람들이 조상 대대로 한번도 접하지 못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빈곤가구가 좋은 집으로 입주했지만 지례쯔르는 아직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 최근 3년 동안 촌 위원회가 그의 집이었다. 아직 ‘미혼’인 지례쯔르는 “산촌에서는 내 나이면 보통 아이가 몇 명은 된다. 그래서 부모님이 늘 잔소리를 하시지만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 마을이 빈곤에서 벗어나면 그때 결혼을 생각해볼 것이다”고 말했다.
 
체사츠간 가족이 새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XINHUA 

다양한 산업을 발전해 마을을 부유하게
길이 통하자 산업 발전의 기반과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토양이 척박하고 수자원이 부족해 아부뤄하촌은 주로 옥수수, 완두, 메밀 등 전통작물을 재배했고 과일은 재배한 적이 없었다. 젊은 지례쯔르는 대담한 시험에 나섰다. 그는 진사강 건너의 윈난(雲南)성 자오퉁(昭通)시 차오자(巧家)현에서 바나나 3000그루를 들여와 재배 농민에 한 그루당 5위안(약 800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처음 해보는 작물이라 마을 주민은 재배에 열의가 없었고 많은 저항에 부딪쳤다. 당시 그는 아부뤄하촌 제3, 4 촌민조에게 산기슭의 해발 670m에 있는 밭에 바나나를 심으라고 했지만 이 책임을 맡은 주민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3조 조장이었던 라이바오바제이(來保巴賊)는 “여기에 무슨 바나나를 심느냐, 바나나 나무는 절대 잘 자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례쯔르는 “이곳의 해발과 기후, 일조량, 토질이 윈난의 차오자와 비슷하다. 예전에 안 심었던 것은 진사강에 가로막혀 정보가 소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오자에서 재배 가능하면 여기서도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재배 결과 3, 4조의 바나나는 잘 자랐을 뿐 아니라 3년 뒤 풍년이 되어 해당 주민들은 바나나 재배 하나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례쯔르는 3조가 있는 시시허 계곡에 케이트 망고 120무(亩, 1무는 약 666.67㎡)를 시험 재배했고 역시 성공을 거뒀다.
 
마을이 위치한 진사강 협곡은 야생화가 다양하고 많아 양질의 꿀이 생산된다. 그래서 지례쯔르는 마을 주민의 부업 소득 확대를 시험하고 있다. 과거에 주민들은 채밀(採蜜)해 근처 진급 도시로 나가 팔았다. 길이 멀어 산 아래서 하룻밤 묵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힘들게 채밀한 꿀을 판 돈으로 교통비와 숙박비도 모자랐다.
 
깊은 산에서 재배한 농산품을 판매하기 위해 지례쯔르는 촌 서기가 된 뒤 전자상거래 지식과 채널을 이용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선 주문 후 판매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했다. 매년 꿀 생산시기가 되면 주민들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규격화된 포장을 해서 산 아래로 운반해 일괄 배송한다. 이에 따라 제품이 표준화됐고 비용도 많이 절감돼 지금은 1kg 당 최고 300위안까지 나간다. 매년 양봉으로만 농가는 최고 2만 위안의 수입을 올리게 됐다.
 
이 밖에 지례쯔르는 마을에 가시 없는 산초나무 6300그루, 녹후추 2만 500그루, 구약나물 20무를 심었고, 약재인 백급을 2무 가량 시험 재배했다. 노력을 거듭한 끝에 2019년 아부뤄하촌 빈곤 인구의 연평균 순수입이 4756위안에 달했다. 이는 10여 년 전의 20배에 해당한다.
 
2020년 지례쯔르는 하곡 지대에 뉴 홀 네이블 오렌지를 심었다.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는 량산주 레이보(雷波)현을 찾아가 점적(點滴)관개 기술을 배워와 오렌지 3000그루를 심은 밭 50무에 점적관계관 6000m를 부설했다. 이어 산꼭대기에서 물을 끌어와 1초에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해 오렌지의 생장을 보장했고 물도 절약했다. 관개시설 덕분에 오렌지 3000그루가 모두 생존해 하늘에 의지해 농사를 짓던 주민의 시야를 넓혔다.
 
향후 계획을 묻자 지례쯔르는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일을 얼마나 더 할지 모르겠지만 타고난 사명감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 같다. 내 임기 안에 청두나 베이징(北京) 같은 곳에 있는 대기업과 협력해 아부뤄하촌의 전체 발전 계획을 마련해 수준 높은 관광지로 만들고 싶다. 부퉈현은 이족 횃불축제의 발원지다. 앞으로 아부뤄하를 여행 성지로 만들고 싶다.”
 
“나는 이 땅에 이족의 말로 쓴 역사 탯줄을 끊지 않은 여인의 아이다…….” 부퉈가 고향인 이족 시인 지디마자(吉狄馬加)가 쓴 시 구절이다. 이 시는 현재 지례쯔르처럼 깊은 산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수많은 이족 청년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글|왕저(wangz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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