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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중심으로 제정된 ‘민법전’


2019-07-08      

5월 28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민법전>이 의결됐다. 사진/XINHUA

 

지난 5월 28일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 폐막식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민법전(民法典) 초안이 의결됐다. 민법전은 중국의 의법치국(依法治國)과 국정운영 체계 및 역량 선진화를 위한 중대 조치로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내용과 치밀한 구성으로 중국의 높은 입법 수준을 보여주었다.

 

인민의 열망이 반영된 민법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 이후 ‘인민 중심(以人民為中心)’의 국정 이념을 유지해 왔다. 아울러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치 노선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인민에게 이바지하고 인민을 보호하는 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법전은 중국 공민권(公民權) 보호의 신 시대를 열고 인민의 요구에 부응하며 인민 권익을 보장하는 조치로서, 점점 더 나은 삶을 희구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권리’ 본위의 논리로 구성돼 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국가와 개인 모두 민법전의 제정에서 인적·물적 관계의 범위를 넓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권(公權)과 사권(私權) 간의 최대공약수를 찾고 새롭게 정립된 경제적·사회적 질서에 따른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번 민법전 제정은 중국의 개혁개방 심화와 시장경제 체제 발전 및 의법치국 전략 고도화에 따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점점 더 복잡다단해지는 민사(民事) 사안에 유연히 대처하며 더 나은 생활을 꿈꾸는 대중의 열망에도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생태환경 보호’는 민법전 총칙편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이다.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생태환경과 맑고 깨끗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환경 문제도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제 발전 과도기에 있는 중국은 여전히 환경 부담이 크고 관련 이슈도 빈발하는 등 생태환경 보호와 관련해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생태환경 보호’가 민법전 총칙편에 명시됨으로써 생태문명 의식 확립과 환경보호의 제도적 기능 발휘,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의 균형 설정, 살기 좋은 환경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도움될 것이다.

 

민법전에 인격권(人格權)이 단독 편성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격권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일종의 ‘권리 선서문’으로서, 민사 주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권리이다. 중국 헌법에 명시된 ‘공민 인격권의 존엄성은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보다 구체화하고 인민 중심의 발상을 전개함으로써 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권이 부각됐던 기존 민법전의 결점을 보완한다. 인격권의 핵심은 ‘인(人)’에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선진적이다. 법치 제도를 통해 공민의 인격권을 인정하고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점에서 세계 인격권 보호와 법치에 기여하는 ‘중국식 방안(中國方案)’으로도 평가된다.

 

민법전은 국정운영 선진화의 기본 바탕

국정운영은 법치를 기본으로 삼는다. 법치는 국정운영 체계와 역량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의법치국은 국정운영 선진화의 필수 요소이다. 여기서 ‘사회생활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민법전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민법전은 내용의 집약성, 명확한 체계성, 일관된 가치관을 지닌 통합 법전이라는 사실뿐 아니라 사회주의 중국의 국정운영 체계와 역량 선진화라는 시대적 명제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먼저 민법전과 국정운영 체계의 관계를 살펴보면, 국정운영 체계의 선진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도·법률 체계·법치 체계의 선진화가 필수적인데, 개인권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법률의 하나인 민법전은 사실상 모든 사회적 주체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민법전은 인간에 대한 보호와 권리를 중심으로 민사적 사안과 관련해 자연인, 법인, 비(非) 법인조직이 갖는 인권과 재산권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규정했다.

 

민법전은 국정운영 능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의법치국과 의헌치국(依憲治國)은 국정운영 능력 제고의 중요한 수단이다. 민법전은 헌법 정신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해 단일 민법 체계의 허점과 내용 중복, 상호 충돌을 없애고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민사적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호한다. 아울러 민사법에 통일성, 공정성, 효율성, 권위성을 부여하고 민사와 관련한 국정운영 능력의 제도화, 규범화, 절차화를 실현한다.

 

세계 역사상 민법전은 하나의 민권 선언서이자 법치주의 발전을 나타내는 이정표나 다름없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나라는 모두 민족 중흥과 사회 환경의 변화 및 국가가 부상하는 중대한 시기에 민법전을 제정했다. 현재 중국은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2021년)까지 샤오캉(小康) 사회를 이룩하고 신 중국 성립 100주년(2049년)까지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법치를 통해 근본을 다지고 미래 예측과 장기적인 국정 운영을 안정화하려는 지금이야말로 민법전이 나오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국가 가치관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민법전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는 “한 나라의 국민이 제정한 법률은 그 나라의 국민에게 가장 적합해야 한다. 한 나라의 법률이 다른 나라에도 적합하다면 그것은 엄청난 우연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법과 제도는 현지의 상황에 맞게 제정되어야 하고 그 나라가 따르는 가치관과 오랜 문화, 사회·경제·정치 등을 이루는 제반 요소에 적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7년 3월 15일 전인대에서 의결된 <민법총칙>은 그 핵심 취지이자 정신 격으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고양’을 입법 목적 제1조에 두었다. 이에 민법전의 첫머리를 담당하는 총칙편에도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고양’을 전체 법전의 제1조에 둠으로써 동일한 가치관을 담았다.

 

또한 이번에 제정된 민법전은 부강(富強), 민주(民主), 문명(文明), 조화(和諧), 자유(自由), 평등(平等), 공정(公正), 법치(法治), 애국(愛國), 전념(敬業), 신용(誠信), 우호(友善) 등 12개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그 중에서 ‘국부민강(國富民強)’을 의미하는 ‘부강’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경제 건설의 가장 이상적인 상태이자 중화민족의 오랜 염원으로서, 국가의 번영과 발전, 인민 행복과 안녕의 물질적 기초를 이룬다. 기존 민법은 교역(交易)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본질적으로는 교역과 부의 창출에만 기여한다.

 

민법전 총칙편의 기본 원칙 중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중 하나인 ‘신용’도 포함되어 있다. 신용 역시 민법의 핵심 가치관 중 하나이다. 민법이 시장경제의 기본법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시장경제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계약경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법전 편찬 과정 중 총칙편에서 신용의 원칙이 강조됐다. 이로써 물권 편, 계약 편 등 다른 여러 조항에도 신용을 법치 환경의 핵심 가치관으로 삼아 ‘신용을 지키면 이익을 얻고, 신용을 저버리면 징벌을 받는’ 원리가 작동되도록 하였다.

 

혼인가정 편과 상속 편에는 ‘민족 정신’의 색채가 좀 더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상속 편에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의 자녀가 대습상속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대습상속의 범위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 적정 수준 확대되며 법의 진보적 정신을 드러낸 것이다. 1980년대에 제정된 중국의 기존 상속법에는 “피상속인의 자녀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피상속인 자녀의 손위 직계혈족이 대습상속한다”는 경우의 규정만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가족 형태의 핵가족화와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DINK)족, 외동자녀를 잃고 부모만 남은 실독(失獨) 가구의 증가로 법정 상속인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법정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는 조카 등이 자녀가 없는 노인을 대신 돌보거나 부양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독특한 문화와 전통, 독특한 역사적 운명, 독특한 국가 사정으로 인해 스스로의 특징에 걸맞은 발전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런 점에서 민법전은 중국 민법의 강한 시대성과 뚜렷한 민족성을 드러내며, 사실상 문화적 자신감에 대한 외재적인 표상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의법치국은 반드시 중국의 실정과 현실에서 출발해야 하며, 타국의 모델이나 방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가장 어울리는 법치의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글|차이페이(蔡斐), 시난(西南)정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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